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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ut photography

서울의 랜드마크는 롯데월드가 아니다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정석, 효형출판, 2013

1<자연미가 살아있는 도시가 참한 도시>

 





저자는 참한 것이 모토인 것 같다. 이 책도, 책 자신의 이름을 따라가듯 참 참하다.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군에 있을 때였다. 온라인 서점 검색창에 도시를 치고, 가장 끌리는 책이름을 골랐다. 책의 저자가 그 해 새로 부임하신 학과 교수님이라는 것을 안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다.

저자인 정석 교수는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재직 중이며, 도시경관, 걷고 싶은 도시, 마을 만들기, 북촌, 인사동 보전 등 여러 도시 설계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블로그 정석의 걷고 싶은 도시 살기 좋은 동네를 운영 중이다. 저자의 페이스북에는 글이 거의 매일 올라오는데, 그곳에서 도시와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수업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도시에 대한 강연 등을 하기도 하고, 각 지자체에 도시계획에 대한 조언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도시를 바라보는 생각과 시선의 묶음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책의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봤을 때, 저자의 직업이 교수이니만큼 재미없고 원론적인 이야기가 잔뜩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전혀 지루하지 않다. 여러 가지 그림, 예시, 인용, 저자 본인의 경험담들이 책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재미있는 묘사와 생생한 설명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문장도 최대한 단순하게, 보기 쉽게, 읽기 쉽게 쓰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책 표지 디자인마저 단순하고 깔끔하다. ‘참한것을 좋아하는 저자답게, 책도 참하게세상에 내보냈다.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파트는 자연미가 살아 있는 도시’ ‘역사와 기억이 남아 있는 도시’ ‘차보다 사람을 섬기는 도시’ ‘우리 손으로 만든 도시’ ‘참한 도시 공부하기, 참한 시민 되기라는 주제 아래 놓여있다.

이 다섯 가지 주제는, 책의 제목이자 대주제인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라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도록 만든다. 이 글은 그 중 제 1부인 <자연미가 살아 있는 도시>에 대한 서평이다.

 

책 자체는 쉽게 읽히지만, 쉬운만큼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도시계획의 본연은 공익지킴이’, ‘도시는 갤러리가 아닌 삶터’, ‘도시에는 사람만 사는게 아니다, 책 여러 군데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도시 철학은 무게감이 있다.

간단하고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다. 이 문장들을 당연하게 말하기 위해, 저자가 도시라는 학문에 기울였을 노력들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책은 서울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서울의 장점으로 세가지를 말한다. 서울의 자연과 역사가 그 중 둘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울을 계획하고 설계할 때 나타난 독특하고 우아한 마음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한 그 마음이, 서울을 북경이나 시안, 파리, 카를스루에 같은 외국 도시와 확연히 구분되는 신이 디자인한 도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에 대해 저자가 보여주는 애정과 관심은 이내 그만큼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탄식으로 바뀐다. 덩치 크고 빽빽한 콘크리트 아파트들이 서울의 진짜 랜드마크인 한강과 산, 구릉들을 밀어냈고, 한강의 양쪽은 고속도로로 덮여있다. 시내에서는 주변 도시 환경을 아랑곳하지 않는 튀는 건물들이 난립한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도시는 건설업체가 시민들 모두의 것인 경관을 먹튀하고’(p48) ‘아파트들이 약장수 공연을 보는 관객들처럼 빽빽이 서있고’(p70) ‘말로만 녹색을 외치지 새들이 쉴 수도 없는’(p77) 도시가 되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평소 사진을 찍으러, 혹은 산책이나 답사를 위해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한강 ⓒ이한울


한강의 양 변은 아파트와 고속도로 ⓒ이한울



한강변 풍경 ⓒ이한울


1부의 책 내용 대부분에 동의하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한강의 옛 모습 묘사이다. “눈 앞 오른쪽에는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 만들어낸 너른 백사장, 왼쪽으로는 남산의 응봉 자락이 강과 만나 이루는 절벽과 언덕의 풍광, 두 개의 강이 만나 너른 물을 이루고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히 흐르는 곳” (p31)

콘크리트에 갇히지 않은 한강은 상상만으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은 한강 8경 중 최고로 쳤다던 선유봉도 없어지고, 잠실도 난지도 등 한강 유역을 이뤘던 섬들도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높다란 오피스텔과 아파트들만 자리잡고 있다.

벽 한쪽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붙어있는 한양의 옛 지도인 수선전도를 본다. 궁을 중심으로, 한양의 중심에는 청계천이 흐르고 주위는 북악산과 남산, 낙산과 인왕산, 안산이 든든하게 서있다. 남산 아래 한강이, 북악산 위에 북한산이 보인다. 길들은 물길마냥 굽이굽이 흐른다. 예쁘다.

남산이 가로막고 있으면 길을 돌렸고, 남대문도 정남쪽이 아닌 남서쪽에 세웠다. 궁과 종로를 연결하는 주작대로도 직선으로 뚫지 않았다. 물길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히 세종로와 돈화문로를 만들었다’(p21)던 도시계획 철학은 이제는 온데간데 없다.

 

우리의 서울은, 우리의 도시는 어때야할까? 롯데월드 같은 건물이 대나무처럼 솟아오르는 도시?

저자는 각 페이지페이지마다 아쉬움을 내비친다. 서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진짜 랜드마크는 그런게 아니다.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찾아보기 힘든 멋진 산과 강, 구릉들이다- 라고

 


고도제한으로 높은 건물이 없는 인왕산-북악산 일대 ⓒ이한울



이 책과 함께 다음의 책들을 추천한다.

 

1.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이경훈, 푸른숲

2. 못된 건축, 이경훈, 푸른숲

 

위 두 책의 저자는 국민대학교 건축과 교수이자 건축가이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와 비슷하면서도, 부분부분에서 다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참한 도시의 저자가 튀는 건축이라 혹평했던 MS의 트윈트리타워나 DDP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도시의 기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아파트는 미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두 교수는 도시를 바라보는 철학을 공유한다. 이런 두 교수가 시각차이를 보이는 곳을 비교하는 것은 재미있을 것이다.

 

3.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후마니타스

위 책의 저자는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인이 한국 사람들도 모르는 한국 아파트 문제를 건드리면 얼마나 건드리겠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참한 도시의 저자가 계속 문제제기했던 서울의 아파트 문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뿌리부터 놀라울 정도로 파헤친다. 역사, 문화, 철학, 경제 등의 요인으로 아파트를 분석하고, 아파트가 현대적이고 서구적인가?’라고 의문을 던진다. 결론에서는 하루살이 도시라는 과격한 혹평을 던지기까지한다.

아파트 문제에 특히 관심이 간다면, 이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이후에 대한민국 아파트발굴사, (장림종, 박진희 저, 효형출판)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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