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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ut photography

기억 없이 도시도 없다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정석, 효형출판, 2013

제2부 <역사와 기억이 남아있는 도시가 참한 도시>





서울을 걸을 때마다, 자주 하는 상상이 있다.

만약, 한양도성의 옛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럽의 붉은 지붕과 확연히 대조되는 푸른 기와의 도시. 한국만의 멋.

로마나 리스본, 바르셀로나 안부러운 세계 관광의 메카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Girona, Spain ⓒ이한울

Girona, Spain ⓒ이한울

Barcelona, Spain ⓒ이한울

Risboa, Portugal ⓒ이한울

Risboa, Portugal ⓒ이한울


다시 상상해보았다. 지금 당장 서울의 모든 건물에 기와를 얹는다면 어떻게 될까?

맙소사, 최악이다. 아파트나 광화문 빌딩에 기와라니!

사람들은 기와지붕만 얹으면 그게 전통인줄 안다고 푸념하던 한 건축평론가의 책 구절이 뇌리를 스친다.

, 처음 상상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이유는 단순히 기와가 아니다. 그럼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인왕산 자락에서 바라본 서울 ⓒ이한울


지금 서울에, 우리의 첫 상상에 가까운 곳이 있다. 북촌이다. 북촌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거주공간이다. 일제강점기 때 도시형 한옥들이 들어섰고, 지금까지 그 모습이 이어져오고 있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3명 중 1명은 이 곳을 찾을 정도로 북촌은 인기가 높다.

북촌이 있는 가회동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청동이고, 그 삼청동의 바로 옆이 인사동이다. 역시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한 곳이다. 인사동의 쌈지길이나 골목마다 있는 아기자기한 골동품점 등은 인사동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에는, 이 곳만의 역사와 기억이 있다. 단순히 기와만 얹는 것은 역사를 계승하는게 아니다. 껍데기를 흉내만 낼 뿐이다. 사람들이 손수 켜켜이 쌓은 그 동네만의 진짜 역사와 기억이야말로, 그곳을 그곳답게 만들어주는 진짜 이유다.

 

겨울 북촌 ⓒ이한울


사라질 뻔 한 인사동과 북촌의 기억을 지켜준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석 교수다. 저자는 도시계획에 뜻을 둔 후, 이 학문에서 학부과정과 석·박사 과정을 거쳤고 13년간 서울시정연구원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저자 스스로도 가장 뜨겁고 힘겨운 시간이라 회상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이 북촌과 인사동이다. (p104)

자서전에서 흔히 보이는 자기 치장류의 책이 아니다. 저자는 책 안에서 이 때의 경험들과 저자 자신의 도시 철학을 진솔하게 엮어내었다

주민에게 멱살까지 잡혀가며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저자는 그 동네의 모습을 지켜낸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있었다. 어찌어찌 서울의 옛 기억을 담은 겉모습은 지켰지만, 결국 거기에 그쳤다는 것이다. 인사동이나 북촌을 그곳답게 만들어주던 원래 살던 주민들이나 상인들은 돈에 밀려 쫓겨났다. 그리고 인사동과 북촌은 점점 지역의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성도 표현하고 있다. (p112)

 

국적 불명의 기념품, 인사동, ⓒ이한울


조정래의 유명한 장편소설, 정글만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멍청한 친구들아, 투자 좋아하고 돈 좋아하지 말어. 이 아까운 도시를 어쩌자고 이렇게 망쳐대는거야. 지금이라도 안늦어. 개발 당장 때려치워. 그게 느네들 살 길이라구’ (조정래, 정글만리1 p280, 해냄)

장안의 화제라고 할 때의 그 장안, 지금의 중국 시안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한 도시>의 저자가 그 장대한 유적에 감탄하고 돌아온 그 시안이다. (p131)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시안도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이곳저곳이 파헤쳐지고 있는 것 같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그런데 중국 비웃을게 아니다. 우리도 다를게 없다. 물 건너 온 건축이, 600년 역사의 한양도성 위에 앉아버렸다. DDP 이야기이다.

얼마 전, 충북의 중부내륙산성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에서 탈락했다. 산성을 복원하며, 역사적 고찰 없이 복원이 아닌 재건축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기도 한 진정성면에서 탈락한 것이다.(p130) 그리고 이 전철을 한양도성이 밟고 있다. 그 절정이 동대문운동장 자리에서 발굴된 600년 한양의 유산을 깔아 뭉갠 DDP이다. 저자는 DDP구렁이라며 혹평한다. (p122)

 


공사중인 DDP, 2014 ⓒ이한울

 

<역사와 기억>을 제목으로 달고있는 챕터이니만큼, 책에서 한양도성 같은 역사 문화유산이 언급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오래된 가게와 오래된 동네 역시 가치 있는 역사와 기억이라고 한다. 저자의 체험에서도 나타나듯(p93-95),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가게에는 사람들의 기억이 쌓이기 때문이다.

 

북촌을 갔을 때, 그곳에서 가장 재미있던 곳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한옥 밀집 지역이 아니었다. 북촌으로 올라가는 골목길들 중 하나가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골목길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목욕탕, 동네슈퍼 등이 있는 모습이 어릴 때 살던 동네의 모습 같았다.

작년 10, 장위동에 들렀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곳 골목에선 아이들이 있었고, 식당에선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책의 북콘서트가 이 날 장위동에서 있기도 했는데, 그 때 본 마을주민들은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파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바로 이런 모습이 꼭 지켜야한다고 저자가 그렇게 강조하는 오래된 동네의 마력이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구미호 같은 재개발’(p83)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은 모습인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역사와 기억이 어떻게 도시를 이루고, 왜 우리가 이를 지켜야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저자의 경험과 철학이 책을 관통하면서 깊게 나타난다. 하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다. 쉽고 짧으면서, 가끔 쓰이는 구어체 덕분에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DDP 같은 건축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와중에, 우리가 우리 도시에서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은 독자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여기를 봐!’라고 알려준다. 책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눈을 돌려보자. 서울의 오래된 동네들. 근대유산. 한양도성. 고궁. 우리가 지켜야할 것 멋진 보석들이 너무나도 많다.


낙산공원 ⓒ이한울



이 책과 함께, 다음의 책을 추천한다.


1. 「서울이야기」,정기용, 현실문화

故정기용 선생님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다. '공간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 곳곳의 건축과 광장, 거리, 공원 등을 돌아본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건축관과 도시관, 그리고 서울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빠져나올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다. 같은 저자의 '사람건축도시' 역시 꼭 읽어보라.


2.  「역사도심 서울」,김기호,한울아카데미

저자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참한 도시>의 저자와 같은 학과에 재직 중이다. 이 책은 도시 계획이 지켜야할 가치를 얘기하면서, 특히 재개발 문제를 깊게 다룬다. '구미호 같은'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3.  「못된 건축」, 이경훈, 푸른숲

1부에 이어 같은 책을 두번 추천하였다. DDP에 대한 언급 때문이다. <참한 도시>의 저자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하지만, DDP라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 반대이다. 같은 저자의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에도 언급은 되지만, DDP에 관해서라면 이 책에서 더 자세한 언급이 나온다.



다음의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1. 디자인 서울의 그늘, SBS

<참한 도시>책에서 언급하기도 한 다큐멘터리이다.

개인적으로 <못된 건축>의 주장보다 <참한 도시>의 주장에 더 마음이 쏠리는 이유가 된 다큐멘터리이기도하다.




<참한 도시> 저자의 인터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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